220110 기사 / 설강화, 안기부 정면 비판…"역사왜곡이라던 사람들 어디 갔나"
/사진=JTBC '설강화'
드라마 '설강화'가 우려와 달리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비판하고 꼬집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9회에는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를 북한의 독재체제에 빗대는 대사도 나왔다.
설강화는 제작 단계에서 안기부에 '대쪽 같은 성격'의 요원이 등장한다는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안기부를 미화한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설강화'에는 남파 간첩 수호(정해인 분)와 안기부원 강무(장승조 분)의 언쟁이 그려졌다.
둘은 대치 도중 서로의 조직을 강하게 비판했다.
수호는 강무가 속한 안기부에 대해 "정권의 횡포에 맞서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 죽인 곳", "공안 정국 만드려고 죄 없는 동포들의 인생을 짓밟아 온 정권의 개"라고 비판했다.
강무에 대해서도 "거기서 월급 받아 먹던 놈이 누굴 비난하냐"고 조롱했다.
/사진=JTBC '설강화'
이에 강무는 재일교포 북송 사건을 언급하며 "북송이란 이벤트로 재일 교포들을 속여 수많은 교포들의 인생을 짓밟은 북한 정권이나 공안 정국 만든 남한 정권이나 따지고 보면 다 같다"고 맞받았다.
재일교포 북송 사건은 1958년 일본에 거주하는 조선인을 북한으로 보낸 사업을 총칭한다.
당시 북한은 재일 교포에 대해 일자리 등을 보장했으나 정작 북송자 대부분은 자유를 박탈 당하고 공사장에서 힘든 노동을 계속했다.
일부는 스파이로 이용되기도 했다.
설강화는 3화에서도 강무의 입을 빌려 안기부를 비판했다.
당시 강무는 상관에게 "증거도 없이 엉뚱한 사람들 잡아 간첩 만들 때도 상명하복 철칙을 따르셨던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설강화의 계속된 반전 행보에 여론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시청자들은 "방영 전부터 안기부 미화, 전두환 미화라더니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 "역사왜곡이라고 비판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냐"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시청자는 "설강화는 처음부터 안기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며 "이 드라마는 사전 제작이라 눈치 보고 대본을 바꾸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강화는 1987년 6월 항쟁 이후 대선 정국을 배경으로 여대생과 남파 간첩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작 단계에서 주인공이 운동권으로 위장한 남파 간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운동권을 폄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극 중 안기부 직원을 '대쪽 같은 성격'의 원칙주의자로 묘사하는 등 안기부를 미화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에 대해 방송사 JTBC는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JTBC는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최근 방송분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설강화'의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다.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 해명했다.
JTBC 측은 지난달 30일 주요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형주 기자 (jh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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