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 기사자료
조회 수 3125 추천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Extra Form

[경향신문]

 


분서와 훼판은 조선시대의 금서 조치다. 분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책을 모조리 수거해 소각하는 것이고, 훼판은 판목을 파괴해 더 이상 출판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분서와 훼판은 책의 생산과 유통을 금지하는 방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체제를 위협하는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탄압했다.

조선은 어느 나라보다 사상 통제가 엄격했지만, 국가가 분서와 훼판을 주도한 사례는 의외로 많지 않다.

불온한 사상을 담은 책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분서와 훼판을 결정짓는 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저자다. <예기유편>이 그중 하나다.

 


<예기유편>은 소론계 정치인 최석정의 저술이다.

편찬에 10년이 걸린 역작이다. 

1700년 숙종의 허락을 받고 국가의 출판기구 교서관에서 간행했다.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간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간행 후 10년 가까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책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예기유편> 간행 이듬해 최석정은 영의정으로 승진했다. 최석정의 집권이 길어지자 불안해진 노론은 정국을 흔들려 했다. 

1709년, 이관명이 느닷없이 <예기유편>을 문제 삼았다.

노론사대신의 한 사람인 이건명의 형으로 골수 노론이다.

그는 <예기유편>이 주자의 정론과 상이하며 성현을 모욕한 책이라 주장했다.

최석정은 곧장 상소를 올려 해명했다.

<예기유편>은 주자를 비롯한 선대 유학자들의 견해를 따른 책이라며 근거를 일일이 거론했다.

숙종도 최석정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교롭게도 얼마 후 숙종의 병세가 위중해졌다.

행정 수반으로서 국왕의 건강을 책임진 최석정의 입지는 불안해졌다.

결국 최석정은 스스로 영의정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때를 놓칠세라 <예기유편>에 대한 노론 측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조정 관원은 물론 전국 각지의 유생들까지 집단으로 상소를 올려 공격에 가담했다.

물론 노론계 관원과 유생들이다.

숙종은 집요한 여론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분서와 훼판을 승인했다.

당시 소각된 <예기유편>이 1000권을 넘었다.

그만큼 널리 읽힌 책이었다는 말이다.

당쟁이 멀쩡한 책을 금서로 만든 것이다.

성인이 남긴 경전은 한 글자도 더할 수 없고 한 글자도 뺄 수 없다는 근본주의적 신앙도 한 요인이었다.

편집도 불가능한데 창작은 오죽하겠는가.

분서와 훼판은 사상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이념의 경직화를 초래했다.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은 것은 물론이다.

 


분서와 훼판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정권의 ‘출판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대표적이다.

특정 작가와 서적을 문제 삼아 지원에서 배제했다.

요즘은 책보다 방송의 영향력이 강해서인지 방송 프로그램을 문제 삼는다.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도 그중 하나다.

 


이번 <설강화> 사태는 20년 전 ‘좌파 영화’ 사태의 판박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남북관계가 해빙 기류를 타면서 관련 영화가 대거 등장했다.

<쉬리>(1999), <공동경비구역JSA>(2000), <웰컴투동막골>(2005), 모두 500만 관객을 동원한 국민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남북의 대립보다 협력을 지향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을 찬양하고 순국선열을 모독하는 ‘좌파 영화’라고 비난했다.

<설강화>가 군부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모독했다는 진보 진영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화와 드라마의 줄거리가 역사적 사실과 다르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역사 인식의 심화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논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반드시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직성이 풀린다는 편협한 태도다.

방송국 폐국까지 청원했다니 기가 막힌다.

거센 논란에도 정면돌파를 감행한 방송사의 결정과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3120856

사진 및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왼쪽의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용량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블핑콘
   
블핑콘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공지 음원스밍 250307 제니 [Ruby] 원클릭 스트리밍 리스트 file 2025.03.16 315613
공지 음원스밍 250216 블랙핑크 솔로곡 원클릭 스트리밍 리스트 file 2025.02.16 462903
공지 음원스밍 250214 지수 [AMORTAGE] 원클릭 스트리밍 리스트 file 2025.02.16 489650
공지 기타자료 [OPEN] 지수팬연합 홈페이지, 카카오톡 채널 안내 file 2024.10.11 987006
공지 기타자료 [OPEN] 제니팬연합 홈페이지, 카카오톡 채널 안내 file 2023.12.24 927634
공지 기타자료 [OPEN] 블랙핑크 갤러리 카카오톡 채널 안내 file 2022.08.28 1310700
더보기
16706 멤버인별 210924 블공트 file 2021.09.24 3113
16705 멤버인별 210924 쁘별 릴스 + 쁘스토리 (++) file 2021.09.24 4059
16704 기록정보 210924 리사 MONEY 퍼포먼스 비디오, 트위터 전세계 트렌드 1위 + 2위 file 2021.09.24 1959
16703 멤버인별 210924 젠별 + 젠스토리 (++) file 2021.09.24 4851
16702 유튭기록 210924 리사 MONEY 퍼포먼스 비디오 조회수 1000만뷰 달성 file 2021.09.24 2781
16701 유튭기록 210924 리사 LALISA 퍼포먼스 비디오 한국 인기동영상 16위 진입 file 2021.09.24 3420
16700 멤버인별 210924 츄별 + 츄스토리 (+) file 2021.09.24 4178
16699 기타정보 210924 유튜브 오리지널 'DEAR EARTH' - 블랙핑크 출연 file 2021.09.24 3470
16698 기사자료 210924 기사 / 블랙핑크 리사, 'LALISA' MV 13일만 2억뷰 돌파..최단 신기록[공식] file 2021.09.24 3229
16697 공식축전 210924 리사 LALISA M/V 2억뷰 축전 file 2021.09.24 2861
16696 멤버인별 210924 블별 : 리사 LALISA 2억뷰 축전 file 2021.09.24 3868
16695 유튭기록 210924 리사 LALISA 퍼포먼스 비디오 미국 인기동영상 1위 + 21개국 1위 + 총 인기동영상 69개국 진입 file 2021.09.24 2729
16694 언급반응 210924 유니버셜 뮤직 브라질 - 블랙핑크의 MTV MIAW 글로벌 히트상 수상 인용 리트윗 file 2021.09.24 2815
16693 공식정보 210924 YG 네이버포스트 - 리사 LALISA (feat. M/V 비하인드 사진) file 2021.09.24 3211
16692 기사자료 210924 기사 / 블랙핑크 'Dear Earth' 캠페인 참여..K팝 아티스트 유일[공식] file 2021.09.24 3410
16691 공식정보 210924 쁘튜브 : LILI's FILM [LiLi's World - '쁘의 세계'] - EP.4 DANCE PRACTICE file 2021.09.24 2972
16690 기타정보 210924 음악중심 9/26 라인업 - 리사 file 2021.09.24 3327
16689 멤버틱톡 210924 챙틱톡 with 쁘 (라리사 챌린지) file 2021.09.24 3692
16688 기타정보 210924 리사가 마지막처럼 영어랩 가사 전부 작사한듯?! file 2021.09.24 4105
16687 멤버인별 210924 챙스토리 (++) file 2021.09.24 3677
Board Pagination Prev 1 ... 726 727 728 729 730 731 732 733 734 735 ... 1566 Next
/ 1566
닫기

마이페이지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