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완성차 기업 포르셰가 블랙핑크 제니와 협업한 차량을 국내에서 선보였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태어난 젊은 층)를 공략한 맞춤형 콘셉트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 마련한 전시관에 최근 며칠 새 수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 포르셰에 따르면 서울 포르셰 존더분쉬 하우스(임시 전시관)에 13~16일 나흘간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주말에만 2000여 명이 다녀갔다.
하우스에는 제니가 직접 디자인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이 전시돼 있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포르셰의 역사를 기념한 사진과 함께, 색깔별로 주문 제작이 가능한 가죽 시트와 타이어 휠, 외형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관은 서울 강남에서도 주말에 MZ세대가 가장 몰리는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출구 인근에 마련됐고, 오후 8시까지 입장이 가능했다.
MZ세대를 위한 기내 캐리어와 곰 인형, 텀블러와 같은 생활용품에 포르셰 디자인이 들어간 상품도 전시됐다.
1.4억 내면 일반인도 존더분쉬 참여 가능
존더분쉬는 독일어로 ‘개별적 소망’ ‘특수한 희망’을 뜻하는 말로, 이 회사가 1970년대부터 개인 맞춤형 생산을 위해 만든 부서 이름이다.
주로 스포츠 선수나 연예인 등이 타깃이다.
일반인도 10만 유로(약 1억4000만원)에 준하는 착수금을 지불하면 존더분쉬의 3가지 종류 중 하나인 ‘팩토리 원-오프’를 통해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제니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곳곳에 하늘색 구름을 장식했고, 반려견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차량 문을 열면 바닥에 제니가 원하는 구름 모양의 장식이 바닥에 비친다.
포르셰의 존더분쉬팀과 디자인부서 전문가들이 차량의 모든 세부사항을 결정하기 위해 9개월가량 제니와 논의했다.
알렉산더 파비그 포르셰 부사장은 “911의 레터링은 개인 이름에 사용할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허용됐다”고 전했다.
홀가 게어만 포르셰코리아 대표는 “최초의 존더분쉬 프로젝트를 젊은 여성 크리에이터 리더, Z세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아이콘 제니와 함께 해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포르셰는 엠마 라두카두와 마리아 샤로포바 같은 MZ세대 스포츠 선수와 계약을 맺었지만, 배우·가수 같은 연예인과 계약은 이례적이다.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MZ세대가 가장 큰 손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입차를 구매한 연령대가 40대가 34.6%로 가장 많았고, 30대(27%)와 50대(21.7%)가 그 뒤를 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중 30대가 4만9650대를 구매해 나이대별로 가장 많은 32.1%를 차지했다.
40대가 구입한 수입차는 이보다 약간 적은 4만9617대(32.1%)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판매량 가운데 3040대가 구매한 비율이 높다는 점은 젊은층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번에 제니가 디자인한 포르셰의 타이칸은 벤츠나 BMW 같은 고급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전기차 시장을 조기에 선점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고급·맞춤형 전략은 시장에서 주효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한 포르셰(포르셰 AG)는 시가 총액으로 테슬라와 도요타, 비야디(BYD)에 이어 단숨에 세계 4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섰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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