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처음처럼, 작년 '엇갈린 성적표' 받은 이유는
하이트진로 영업익 줄고, 롯데칠성 흑자전환
모임 제한에 업소용 시장 소주·맥주 직격탄
점유율 높은 '참이슬·진로·테라' 더 큰 타격
롯데, '처음처럼·클라우드' 가정 시장서 선전
지난해 국내 양대 소주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주류시장이 위축된 상황 속에서 소주 점유율 1위 참이슬은 부진한 반면, 2위 처음처럼의 매출과 이익은 크게 증가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에 따른 일반음식점·유흥주점 등 업소용 주류시장이 변수가 되며 희비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000080)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74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약 12.3%(약 244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매출 역시 1년 전보다 2.4%(534억원) 감소한 2조2029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18.2%(158억원) 감소한 708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해외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국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와 소비 침체에 따라 매출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005300)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822억원을 거두며 전년 대비 약 87.4%(85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1%(2481억원) 증가한 2조5061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371억원으로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롯데칠성의 주력 부문인 음료사업을 제외한 주류사업만 놓고 봐도 견고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주류사업 매출액은 6722억원으로 전년보다 10.3%(625억원) 늘었고, 영업이익은 505억원 증가한 24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처음처럼’ 라인업 정비, 페트 제품 리뉴얼, 맥주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마케팅 강화와 수익성 개선 노력으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매출은 303억원 증가하며 두각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양대 소주 제조사의 실적이 엇갈린 주된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사적모임 제한과 영업시간 단축으로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장기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주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시장 규모는 출고액 기준 약 9조원이다.
이 중 약 80%는 희석식 소주와 맥주다.
소주와 맥주는 회식 등 각종 술자리 모임 문화가 활발한 우리나라에서 주요 판로인 일반 음식점과 술집에서 소비가 많이 된다.
특히 소주는 약 3조원 규모로 전체의 3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 중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이즈백’이 약 65%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
019년 진로이즈백 출시 이후 점유율이 10%포인트가량 더 올랐다.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의 점유율은 15% 안팎이다.
2019년부터 이어진 일본 불매 운동의 유탄을 맞으면서 당초 25%대에서 절반 가까이 빠졌다.
약 4조원 규모의 맥주 시장에서는 오비맥주 ‘카스’의 점유율이 약 50% 안팎으로 가장 높고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약 20%로 추산된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는 약 5%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체급 차이’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충격의 무게감으로 되돌아왔다. 업소용 주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홈술’(집에서 음주)과 ‘혼술’(혼자 술마시기)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가정용 주류 소비가 늘었다고 해도 쪼그라든 업소용 매출의 빈자리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업소용 대 가정용 주류 판매 비중은 코로나 시대 이전 약 5.5대 4.5에서 최근 3.5대 6.5로 크게 뒤집어졌다.
가정용 주류 매출 증가폭보다 업소용 매출 감소폭이 훨씬 컸던 탓이다.
소주와 맥주 소비가 급감하면서 점유율이 높았던 사업자의 손실이 훨씬 크게 발생한 것이다.
실제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소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2.4% 감소에 그치며 유흥시장 장기 침체 속 선방했다.
‘처음처럼’의 라인업 정비와 페트 제품 리뉴얼 등 가정용 시장 특성에 맞춘 발 빠른 변화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특히 와인과 맥주 판매량이 각각 34.4%, 14.5% 늘며 주류사업의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다가 차츰 이미지가 개선되며 점유율이 회복세로 접어든 기저 효과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소주와 맥주 사업 비중이 컸던 만큼 사적모임 제한에 따른 타격이 큰 상황”이라며 “반면 롯데칠성음료는 음료와 와인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소주·맥주의 리뉴얼 마케팅을 강화하며 상대적으로 가정용 주류 시장에서 선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범준(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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