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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 부교수



1)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을 알고 싶은가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일까? 호기심의 영역은 다양해도, 보통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사람들의 속마음일 것이다. 자녀가 요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애인의 고민은 무엇이고, 남편이 내가 모르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직장 상사는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말이다. 신문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는 것이 언뜻 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인 것 같지만, 이 역시 다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대한 호기심은, 따지고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의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 ‘남들이 어떻게 사나?, 남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 하고 궁금해 하는 것은,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내 생각이 맞나?’ 하는 의문을 풀고 싶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내 자신과 내 마음을 다른 사람의 그것과 비교해서 더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눈에 잡히지 않는다. 말로 명확하게 드러내기 어렵다.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그것이 자기의 마음이라도 마찬가지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들은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라고 푸념처럼 털어놓지만, 이건 푸념이라기보다는 사실에 가깝다. 내가 누구이며, 진정 내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고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남이 뭐라 해도 내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하는 이도 드물지 않게 본다. 이런 사람은 다른 이가 하는 이야기를 ‘나에 대해 뭘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며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떤 이는 고상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사람 마음을 전공하는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자신도 모르는, 내면에 숨겨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게 과연 진실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그런 건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다.



2)자기 자신에게 너무 집중하면 우울해진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몇 분간 자기 손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그 위로 개미가 기어가거나 그 아래로 맥박이 뛰는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된다. 특정한 무엇에 너무 과도하게 집중하면 부정적인 것에 초점이 모아진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기분 나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암이 아닐까, 건강진단에서 놓친 숨겨진 질병이 있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소화가 조금만 안 되어도 ‘위암’을 걱정하게 되고, 가슴에 미세한 불편감이 있으면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가?’ 하며 불안해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몸에 좋다는 음식만 열심히 찾아 먹으면, 그 사람의 마음까지도 행복해질까? 클리닉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질병 예방을 위한 식습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정도를 훌쩍 넘어서는, 오소렉시아(Orthorexia, 건강한 식습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병) 환자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가끔 본다. 자신이 먹는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전문가에게 물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일일이 확인하려 든다. 사소한 먹거리 하나도 그냥 먹지 않고 지나치게 의심한다. 이렇게 되면 마음 편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들다. 뭐든 지나치게 집중하면 오히려 독이 되는 법이다.

나 아닌 다른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은 채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나는 한심하고 무능해’ 라고 자책하게 되거나, 스스로의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온다. 자신에게서 시선을 아예 떼지 못하는 사람은 항상 고칠 곳과 약점만 파고들게 된다. 특히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결점에 더 강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다. 우울증 환자에게 10분 동안만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대부분 더 심한 우울감 속으로 빠져든다.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생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생의 잘못된 부분에만 관심을 더 집중하게 만들 뿐이다. ‘나는 누구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남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까?, 난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난 왜 만족스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깊이, 오래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 가끔은 오래 고민을 하다보면 뭔가 대단한 통찰을 얻은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제야 내 인생이 어디에서부터 꼬였는지 알게 되었다’거나, ‘나는 절대로 이 직장에서 잘나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거나, ‘마음의 상처는 죽어도 해결 못할 거다’라는 결론이 번쩍 하고 떠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론은 정답이 아니고, 설혹 정답이라고 하더라도 자기 인생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무거운 짐 하나만 더 늘어날 뿐이다.



3)행복한 사람은 자기에게 덜 집중한다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몰두하면 행복에서는 더 멀어진다. 자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통제하려고 할수록 득보다 실이 더 많아진다.1) 외부 환경에 있는 대상이 아닌,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자기초점적주의(Self-Focused Attention)’라고 한다. 이것은 어떤 사람이 외부에서 생성되는 정보가 아닌, 내부에서 생성되는 자기 참조적 정보에 대해 과도하게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초점적주의는 부정적 정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소가 되새김질을 하듯이 반복적인 생각에 빠져드는 반추적자기초점적주의(Ruminative Self-Focused Attention)는 우울증을 유발하고, 재발하게 만드는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우울증 외에도 사회 불안(social anxiety), 수행 불안(performance anxiety), 알코올 남용(alcohol abuse) 등의 정신과 질환도 높은 자기초점적주의와 관련되어 있다.2)

반대로 행복한 기분은 자기초점적주의를 낮춰준다.
3) 뉴욕대학에서 시행된 연구를 보자. 연구 참여자들에게 ‘행복한 기분이 드는 음악(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기분을 변화시키지 않는 중립적인 음악(쇼팽: 왈츠 11번 G플랫 장조와 12번 F단조)’, ‘슬픈 기분을 유도하는 음악(프로코피예프: 몽골 치하의 러시아Russia under the Mongolian Yoke)’을 10분간 들려주었다. 음악으로 기분을 변화시킨 뒤에 자기초점적주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중립적 기분에서 행복한 기분으로 전환되었을 때, 자기초점적인 생각이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립적 기분에서 슬픈 기분으로 변화되었을 때는 자기초점적 생각이 더 많아졌다. 이 결과는 기분이 행복해지면, 자신에 대한 생각과 자기 참조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경향이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아직 연구를 통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인 임상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우울증 환자가 좋아지고 나면 “이전에 고민하던 내 문제들이 이제는 남의 일처럼 느껴져요. 괴로워도 예전처럼 거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되겠지 하고 내버려둬요”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심지어 “예전 같으면 걱정이 되어서 막 매달리던 일이 느긋하게 여겨져서, 오히려 이제는 너무 여유 부리는 것 아닌가 하고 조심하게 되었어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말을 들으면, 우울증이 좋아지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기 문제에 대한 과도한 밀착에서 벗어나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더욱이, 집중적인 상담 치료가 아닌 항우울제 치료로 효과를 본 환자들도 똑같이 그렇게 말한다. 그럴 때마다 우울증 치료 약물의 효과도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심리적 거리(psychological distance)를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심리적으로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4)거리를 두고 자신을 관찰하기

자기 자신을 관조하거나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만으로는 걱정, 염려, 불안에서 해방될 수 없다. 사람이 고통스러워지는 이유는 우리가 자신을 너무 진지하게 느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탓에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욕마저 사라지기도 한다. 유머, 풍자, 패러독스를 잘 활용하여 자기 자신을 가볍게 만들 줄 아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기에게 지나치게 집중해서 결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내 자신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가 더 중요하다. 약하고, 상처 받기 쉽고, 때로는 실수하는 모습도 거부하지 않고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억지로 바꾸려고 하다보면 자기초점적주의의 함정에 또다시 빠져들게 된다.

관찰자 연습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그대로 관찰해보는 거다.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을 보는 것처럼 자기 생각을 관찰한다. 아니면 생각을 기차라고 여기고, 다리 위에서 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것처럼 생각을 ‘보는’ 것이다. 왜 생겼고, 무엇이 문제인지 따지고 들고 캐물으려 하지 말고, 그냥 자기 생각을 관찰하는 거다. 생각을 관찰하고 있는 자기의 한 부분을 ‘관찰자 자기(observing self)’라고 부른다. 개념화된 자기가 아니라 관찰자 자기의 힘이 커질수록 덜 집착하게 되고, 심리적으로도 여유로워질 수 있다.



5) 분석을 요구하는 사회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획일화된 가치가 사라지자, 사람들은 더 이상 권위나 전통적 규범 같은 절대적 가치관에만 매달려 살지 않게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과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가 사라진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자신의 약한 부분을 열심히 찾아서 고치고 자신도 모르는 숨은 잠재력을 끄집어내서 활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어버린다. ‘나는 누구이고, 나의 약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자신에 대한 질문이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에게 집중해서 약점을 찾아내고 생존에 적합한 방향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열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마음의 행복에서는 점점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어디 그뿐이랴.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집중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야만 자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산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게 된다. 다른 사람보다 나아야 하고, 성과를 더 올리려면 자기를 다른 무언가로 변화시켜야만 한다는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자기 문제를 더 찾아내고, 스스로도 모르는 숨겨진 능력이 더 없나 하고 쓸데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심지어 누가 봐도 정상이고 아무 문제없는 속성도 혹시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요즘 신문과 텔레비전에는 심리 전문가가 자주 등장한다. 개인의 행동뿐만 아니라 사회 현상과 심지어 미래에 대한 예측까지 모든 것을 심리적으로 분석하려고 한다(부끄럽지만 나도 그럴 때가 있었다). 이것을 현상에 대한 심리화(psychologicalization)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심리화가 사람들의 마음에 행복을 가져다 줄 것 같지는 않다. 힘든 마음에 괜히 쓸데없는 생각 하나만 덧붙이는 꼴이니까.



http://www.philobios.com/?p=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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