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주화 운동 가치 훼손 의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JTBC 드라마 '설강화'의 여주인공 은영로(지수 분).
지난해 12월, JTBC 드라마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실 디지털소통센터는 '설강화'가 종영(1월30일)한 이후인 지난 2월16일 '설강화' 방영 중지 국민청원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설강화' 시청자 민원이 900여 건에 달하며, 절차에 따라 방송심의 규정 위반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설강화' 심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8일 "드라마에서 민주화 운동과 간첩 간의 부적절한 관계설정 등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의 민원에 대해 방송자문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한 결과 심의규정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데 위원 다수가 의견을 모았다"며 민원인들에게 일괄 통보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방송소위에서 방송자문특위의 자문 의견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방송소위에서 논의할 사안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드라마였다는 결론이다.
방송자문특별위원회는 "드라마 전반에 걸쳐 안기부를 비상식적이고 희화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안기부를 미화하거나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드라마는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창작물로, 역사에 대해 공신력을 가진 저작물로 보기는 어려운바, 당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극화한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완전히 부합하지 않는다하더라도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했다.
방송자문특위는 "따라서 안기부 요원이 영장주의를 고수하거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북측 공작원과 협력하는 내용 또는 간첩으로 설정된 남주인공의 도주 장면에서 민중가요가 사용된 내용 등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훼손하고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시킨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심의규정을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데 위원 다수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설강화'는 극이 흐를수록 민주화 시대 부당했던 국가폭력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대목이 주를 이뤘다.
극 중 군사정권은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내부 권력 싸움 속 안기부장이 총상을 입자 무장간첩이 쏜 것으로 조작해 허위보도를 내보냈으며, 안기부는 군사정권 연장을 위한 '대선 공작'의 진실을 알리려던 기자를 총으로 쐈다.
주인공인 간첩 임수호(정해인 분)는 "정권의 횡포에 맞서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몰아서 죽인 안기부"라 비판했다.
첫 화부터 최종화까지,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는 대목은 없었다.
하지만 극 초반 상식적이지 않았던 '역사 왜곡 몰이'로 '설강화'는 시청자의 외면 속 쓸쓸한 종영을 맞이해야 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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