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블랙핑크가 월드투어 ‘본 핑크’(Born Pink)를 절반 가량 소화하는 동안 전용기를 타고 지구 한바퀴가 넘는 거리를 이동했다.
블랙핑크가 지난해 10월 시작한 ‘본 핑크’ 일정을 위해 이동한 거리는 그 동안 4만2086km에 이른다.
지구의 둘레가 약 4만km인 것을 고려하면, 예정된 투어를 절반 가량만 소화했음에도 지구 한바퀴 이상을 돈 셈이다.
블랙핑크의 전용기는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으로 독일 국적의 에어함부르크 항공이 운행한다.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은 브라질의 항공기 제조사 엠브라에르의 최고급 비즈니스용 제트기다. 최대 18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고, 항공기 내 VIP를 위한 퀸사이즈 침대와 개인 욕실도 딸려 있다.
지난해에만 282만장의 앨범을 팔아치우며 2022년 영국 오피셜 차트와 미국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블랙핑크의 위상을 생각하면 초호화 전용기의 등장이 어색하지만은 않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10월부터 대한민국 서울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전세계 주요 도시 30곳을 돌아다니며 월드투어 ‘본 핑크’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블랙핑크가 본격적으로 전용기를 투어에 이용한 것은 유럽투어 이후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를 살펴보면, 블랙핑크의 전용기는 유럽투어가 마무리된 지난해 12월 23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대한민국 서울로 이동했다.
이후 지난 1월 순차적으로 진행한 태국, 홍콩,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콘서트에서 블랙핑크 전용기의 항로가 잡혔다.
전용기 항로는 모두 ‘최단거리’를 가깝게 그리며 이동했다.
1월 한달동안 블랙핑크가 전용기에서 보낸 시간만 35시간 34분으로 추정된다.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관계자는 ‘블랙핑크 전세기에 협찬이 있었느냐’는 일간스포츠 질문에 “자사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의 시간당 대여비가 1만 3500달러(약 1758만원)로 추청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용기에 최소 6억 2409만원을 쓴 것으로 보인다.
연료비 및 기타 수수료를 제외한 가격이다.
투어 중 가장 오랫동안 이동한 거리는 사우디아라비아행 비행기로, 중간 경유지를 합쳐 1만1364km를 이동했다.
엠브라에르 리니지 1000은 소형 항공기로 약 7000km까지만 운행할 수 있다.
더 먼 거리는 중간 급유를 위해 멈춰서야 한다.
YG 관계자도 “사우디아라비아 투어 당시 중간급유를 위해 경유지에 들렀다”고 밝혔다.
YG가 블랙핑크에 전세기까지 동원해가며 극진하게 모시는 이유는 그만큼 월드투어로 인한 수익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공연 등 스케줄 소화를 합리적으로 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적으로 전용기 사용을 남발해 환경 문제가 지적된 것과는 결이 다르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YG엔터의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41% 늘어난 1250억원, 영업이익은 688% 증가한 21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성적이 2023년 1분기로 일부 이연된 것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 블랙핑크 월드투어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단계에 진입하며 공연과 콘텐츠·굿즈상품(MD) 관련 마진이 예상치를 상회한 덕택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는 블랙핑크의 이번 투어 매출이 발생된 첫 분기였다”며 “이연 인식될 투어 매출액까지 감안시, 이번 투어에서 해당 IP의 공연당 미니멈개런티(MG)가 약 20% 상승했을 것으로로 추측한다. 국내 IP 중 최정상급”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블랙핑크는 오는 6월까지 월드투어 ‘본 핑크’를 이어간다.
말레이시아부터 싱가포르, 브라질, 호주, 일본, 필리핀, 중국 등 10개 이상 나라가 남았다.
블랙핑크는 이달부터 다시 시작하는 월드투어에 또다시 초호와 전세기를 이용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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