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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분서와 훼판은 조선시대의 금서 조치다. 분서는 시중에 유통되는 책을 모조리 수거해 소각하는 것이고, 훼판은 판목을 파괴해 더 이상 출판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분서와 훼판은 책의 생산과 유통을 금지하는 방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체제를 위협하는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탄압했다.

조선은 어느 나라보다 사상 통제가 엄격했지만, 국가가 분서와 훼판을 주도한 사례는 의외로 많지 않다.

불온한 사상을 담은 책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분서와 훼판을 결정짓는 건 책의 내용이 아니라 저자다. <예기유편>이 그중 하나다.

 


<예기유편>은 소론계 정치인 최석정의 저술이다.

편찬에 10년이 걸린 역작이다. 

1700년 숙종의 허락을 받고 국가의 출판기구 교서관에서 간행했다.

내용에 문제가 있었다면 간행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간행 후 10년 가까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 책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예기유편> 간행 이듬해 최석정은 영의정으로 승진했다. 최석정의 집권이 길어지자 불안해진 노론은 정국을 흔들려 했다. 

1709년, 이관명이 느닷없이 <예기유편>을 문제 삼았다.

노론사대신의 한 사람인 이건명의 형으로 골수 노론이다.

그는 <예기유편>이 주자의 정론과 상이하며 성현을 모욕한 책이라 주장했다.

최석정은 곧장 상소를 올려 해명했다.

<예기유편>은 주자를 비롯한 선대 유학자들의 견해를 따른 책이라며 근거를 일일이 거론했다.

숙종도 최석정의 손을 들어주었다.

 


공교롭게도 얼마 후 숙종의 병세가 위중해졌다.

행정 수반으로서 국왕의 건강을 책임진 최석정의 입지는 불안해졌다.

결국 최석정은 스스로 영의정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때를 놓칠세라 <예기유편>에 대한 노론 측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조정 관원은 물론 전국 각지의 유생들까지 집단으로 상소를 올려 공격에 가담했다.

물론 노론계 관원과 유생들이다.

숙종은 집요한 여론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분서와 훼판을 승인했다.

당시 소각된 <예기유편>이 1000권을 넘었다.

그만큼 널리 읽힌 책이었다는 말이다.

당쟁이 멀쩡한 책을 금서로 만든 것이다.

성인이 남긴 경전은 한 글자도 더할 수 없고 한 글자도 뺄 수 없다는 근본주의적 신앙도 한 요인이었다.

편집도 불가능한데 창작은 오죽하겠는가.

분서와 훼판은 사상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이념의 경직화를 초래했다.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은 것은 물론이다.

 


분서와 훼판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정권의 ‘출판계 블랙리스트’ 사태가 대표적이다.

특정 작가와 서적을 문제 삼아 지원에서 배제했다.

요즘은 책보다 방송의 영향력이 강해서인지 방송 프로그램을 문제 삼는다.

드라마 <설강화>를 둘러싼 논란도 그중 하나다.

 


이번 <설강화> 사태는 20년 전 ‘좌파 영화’ 사태의 판박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전후로 남북관계가 해빙 기류를 타면서 관련 영화가 대거 등장했다.

<쉬리>(1999), <공동경비구역JSA>(2000), <웰컴투동막골>(2005), 모두 500만 관객을 동원한 국민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은 남북의 대립보다 협력을 지향했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는 북한을 찬양하고 순국선열을 모독하는 ‘좌파 영화’라고 비난했다.

<설강화>가 군부독재를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모독했다는 진보 진영의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영화와 드라마의 줄거리가 역사적 사실과 다르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역사 인식의 심화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논란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반드시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직성이 풀린다는 편협한 태도다.

방송국 폐국까지 청원했다니 기가 막힌다.

거센 논란에도 정면돌파를 감행한 방송사의 결정과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장유승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연구교수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312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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